하와이는 제가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곳이기도 한데요. 날씨나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다짐을 했던 곳인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산불이 잡히지 못한 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하와이 산불 피해가 발생한 원인과 피해 정도, 앞으로 복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에 앞서 하루빨리 산불이 완전히 잡히고 연락이 닿지 않아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을 실종자들이 부디 큰 피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길 바랍니다.
미국 역사상 100년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남긴 이번 산불
2023년 8월 8일 처음 발생한 이번 산불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발생한 강하고 건조한 동풍이 지상에서 발생한 불씨를 순식간에 키워 연쇄적으로 산불을 발생시키고 확산시켜서 생긴 산불입니다. 1차적으로 산불이 진압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 극심한 가뭄과 허리케인의 강한 바람이 다시 불을 되살려 2주가 다 되어 가도록 아직 완전히 진압되지 못한 채 극심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8월 16일을 기준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100명을 넘었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1,300여 명이 넘습니다. 거처를 잃고 대피해있는 이재민의 숫자도 1만명이 넘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하와이 주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최종 사망자는 200명을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하와이는 미국의 영토이긴 하지만 위 지도에서 보듯 바다 한 가운데 동 떨어진 외딴 섬입니다. 이번 산불은 붉은 색으로 표시된 마우이섬에서 발생했는데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와이키키해변과 각종 쇼핑몰 등이 있는 관광지이자 시가지인 '오아후섬'과 달리 마우이섬은 자연경관 그대로 간직된 곳이 많아 오아후섬으로 여행을 왔다가 일정 중간에 며칠씩 마우이섬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주도 갔다가 우도 가는 느낌?) 그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마우이섬인데 이번 산불로 거의 섬 전체가 전소된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워낙 먼 곳이다 보니 하와이 자체적으로 소방/구조/구난 활동이 거의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점도 피해 복구나 수색작업 속도를 늦게 하는데 큰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까?
허리케인으로 인해 너무 빨리 확산된 산불
무엇보다도 산불이 났을 때 하필 불어온 허리케인으로 인해 불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대피 못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하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익사한 사망자가 상당수라는 점이 이번 산불의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현재 마우이섬 인근 해안가에는 바다로 피신했다 구조되지 못한 시신들이 떠다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하네요...
현지 당국의 미온적인 화재 예방책
마우이섬에서는 몇 년 전부터 꽤 큰 산불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5년 전인 2018년 8월 마우이섬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번처럼 허리케인 '레인'이 접근하면서 약 8제곱킬로미터의 숲이 불에 타고 수십 명이 대피한 사례가 있다고 하구요. 이듬해인 2019년에는 마찬가지로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사탕수수 재배지 무려 101제곱킬로미터가 불에 타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갈수록 건조해지는 기후에 허리케인 발생이 잦은 지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산불과 화재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던거죠.
하지만 작년 하와이 당국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들을 위협하는 자연재해와 관련하여 화재/산불은 가장 낮은 위험도로 평가가 되었고, 쓰나미/지진/화산 등의 위험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파괴력으로 따진다면야 쓰나미/지진/화산의 위험이 화재나 산불보다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생 빈도의 측면으로 보거나 최근 잦은 화재 발생 사례 등을 미루어보았을 때, 당국에서 화재나 산불에 대한 예방을 조금 더 철저히 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피해를 안 났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울리지 않은 옥외/야외 경보 시스템
하와이는 쓰나미 발생에 대비해 철저한 옥외 사이렌 경보 시스템을 갖춰놓았다고 대외적인 홍보를 해왔습니다. 하외이 제도 전체를 기준으로 400여 개, 마우이섬을 기준으로 보면 약 80여 개의 사이렌이 설치되어 쓰나미 등의 재해를 주민/관광객들에게 사전에 알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마우이섬 화재가 발생하고 불길과 연기가 강풍을 타고 지역을 휩쓰는 동안 하와이가 자랑하던 옥외 사이렌 경보시스템은 단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기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하네요.
당국은 TV, 라디오, 휴대전화를 통해 재난 발생 경보를 알렸다고는 합니다만, 화재가 번지면서 전기가 차단되고 통신도 터지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경보가 전파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와이 산불, 재산피해 규모는 얼마나?
인명피해도 너무 안타깝습니다만, 이번 산불로 인해 발생한 재산 피해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당국의 추산에 의하면,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최대 75억 달러 한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 타버린 자연과 시설물을 원상복구하는데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거의 지역 전체가 불에 타버린 정도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대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네요.
단순히 재산 피해 규모로만 따지기 어려운 손실도 있습니다. 이번 산불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은 마우이섬 중에서도 라하이나 마을이라는 곳인데, 이 곳은 19세기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라 여러가지 유적지와 유물이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이 곳에 있던 박물관, 1912년에 중국인 이민자를 위해 지어진 숙소, 무려 1834년에 지어진 마우이섬에서 가장 오래된 집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많은 건물들이 불에 타버렸다고 하네요...
현재 하와이는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어 미연방의 구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관광객들은 피해가 가장 심한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요. 본인들에게 닥칠 수도 있었던 재난인 만큼, 피해를 입은 이들이 두번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빨리 불이 잡히고, 실종된 이들을 찾고, 아름다웠던 자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면서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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