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더니, 결국 역대급 병크급 나라망신으로 터져버린 제 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현재 진행형 문제입니다. 소잃고 뒤늦게 이리저리 외양간을 고쳐보고는 있지만 문제가 쉽사리 수습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강남스타일, 기생충, BTS 등으로 이어온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글로벌 이미지에 큰 먹칠을 하는 계기가 될 것만 같아 아주 씁쓸한 마음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잼버리가 대체 무엇인지,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란?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에서 4년마다 주최하는 전세계 스카우트들의 합동 야영+문화교류 축제입니다. '잼버리' 라는 조금은 생소한 용어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로 '즐거운 잔치'를 뜻하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말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음이 다소 변해 생긴 단어이고,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스카우트 야영대회를 '잼버리'라고 부르면서 공식적인 용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1회 잼버리에서 34개국 8천명의 스카우트가 참가한 것이 지금 열리고 있는 제25회 새만금 잼버리에서는 158개국 4만3천여명의 스카우트가 참가하는 초대형 글로벌 이벤트로 커졌습니다.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14~17세 스카우트 대원으로 제한되며, 성인은 행사 운영요원이나 지도자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잼버리는 학생들의 방학 기간인 7월 중순~8월 중순 사이에 열리고, 일부 잼버리는 겨울방학인 12월말~1월초에 열리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유치과정은 성공적이었습니다. 2015년 9월부터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세계잼버리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잼버리를 공식 국제대회로 승인하면서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아 정부/대학생스카우트연맹/2천여명의 잼버리서포터즈 등이 힘을 합쳐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폴란드 그단스크와의 유치 경쟁에서 승리해 제 25회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책임을 져야 될 조직은 어디인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 주최 및 주관 조직/단체 : 전라북도,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 조직위원장 : 김현숙 여가부장관, 이상민 행안부장관, 박보균 문체부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윤덕 지역구 국회의원
- 집행위원장 :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한여름에 치뤄지는 이벤트인 만큼 관련된 기반시설의 설치와 지원, 사무국 인력지원 등을 담당했어야 할 전라북도, 잼버리 관련 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며 이를 운용하고 사업계획/예산승인/조직위 구성 및 관리 등을 담당한 여성가족부, 재난 및 안전에 관련한 대책을 수립하는 책임을 지는 행정안전부가 아마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조직과 단체가 아닐까 싶네요.
예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나?
이번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은 잘 아시다시피 바다를 매워 땅으로 만든 매립지입니다. 이곳의 원래 용도는 농업용지인데 잼버리 개최를 위해 임시로 용도를 전환하기만 했고, 잼버리 행사가 끝난 뒤에는 다시 부지를 원래 용도로 반납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배수나 기타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한 조건이었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배수가 원활하게 되게 하려면 당연하게도 자연스럽게 땅의 기울기를 만들고 비를 막아줄 언덕을 만드는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공사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해서 있었지만, 누구하나 총대 메고 책임지는 조직이 없었고 행사가 실제로 시작되고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땜질식 임시방편만 마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잼버리는 보통 프레올림픽처럼 '프레잼버리'라는 사전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소규모 사전 행사를 진행한 뒤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보완/개선해 본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죠. 이번 잼버리 역시 2021년에 프레잼버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인해 1년이 연기, 2022년 8월에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근데 8월에 진행하기로 했던 프레잼버리마저 코로나 변이 확산으로 개최 2주 전에 급하게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본 대회 2개월 전인 올해 6월이 되어서야, 그마저도 프레잼버리 인원의 1/3 수준인 500여 명이 모인 미니 잼버리를 개최한게 전부였습니다. 이 때도 침수 등 사전에 예견되었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났죠. 하지만 드러나면 뭐합니까? 대회 불과 2개월 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리가 없습니다. 대회는 그냥 무작정 강행되고 말았고, 결국 오늘의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망신거리는 무엇인가?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배수 문제입니다. 잼버리는 약 2주간 야영생활을 하는 것이 근본인데, 배수 문제로 인해 대회장의 바닥 컨디션이 야영을 위한 텐트는 커녕 제대로 걸어다니기도 힘든 뻘밭 상태였기 때문이죠.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썼었지만 우리나라 7월~8월 중 집중 폭우는 세 살 짜리 어린이도 예상할 수 있는 기상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비가 많이 올 것을 예상하고, 대회장의 바닥 컨디션이 그러한 폭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를 감안했어야 합니다.
결국 대회 1주일 전 도저히 이 상태로를 텐트를 치는게 불가능해보였는지, 조직위원회에서 파렛트 10만여 개를 긁어모았습니다. 땅위에 파렛트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치라는거죠(이것부터 사실 망신살이긴 합니다...). 말그대로 '물웅덩이' 수준의 바닥, 38도를 넘나드는 폭염, 파렛트를 깔면 생기는 물구멍까지. 벌레서식지+한증막에서 잠을 자라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불길한 예상을 그대로 적중했고, 실제로 '화상벌레'라고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라는 벌레가 창궐하다시피해 많은 참가자들이 벌레에 물려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씻고 싸는' 시설도 문제입니다. 14~17세 다 큰 청소년들이 모이는 행사인데도 샤워시설이 뻥뚫린 천막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수세식도 아니고 심지어 남녀공용이라고 합니다. 어디 난민캠프인가요? 냉수/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설도 많고, 일부는 전기까지 나가 손전등을 들고 다녀야 하기도 한답니다. 수많은 사람이 쓰다보니 변기는 뭐, 당연히 막혔습니다. 똥이 쌓이고 쌓여 화장실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고 하구요.
그 외에도 의료시설 부족으로 인해 온열질환자를 그냥 바닥이나 책상에 눕혀 사실상 방치한 문제,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음식에 곰팡이가 핀 문제, GS25의 폭리 문제, 대회 메인센터가 인허가 문제로 인해 준공조차 되지 못하고 내년에나 준공이 완료된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 등 말그대로 '총체적 난국' 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싶은 상황입니다.
다른 잼버리도 이랬나?
한여름 야외에서 2주 가까이 야영 생활을 하는 잼버리이다보니 당연히 온열질환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최측에서도 당연히 일정 수준의 온열질환자 발생은 염두에 두고 의료시설/의료진을 준비하게 되죠. 일본 야마구치에서 열린 23회 잼버리의 경우, 이번 새만금 잼버리와 컨디션이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한국보다 더 혹독한 걸로 알려진 일본의 여름 더위와 습도에 더해 야마구치 잼버리가 열린 장소 또한 간척지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본은 잼버리 행사가 끝난 후 해당 부지를 공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배수시설과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잼버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23회 야마구치 잼버리는 더위와 습도로 인한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성공적인 잼버리로 호평을 받았던 대회였다고 합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아 그 때 진짜 더웠지만 정말 재밌었어'라고 회상할 수 있는 행사였던거죠.
바로 직전 잼버리였던 2019년 미국 서밋 벡텔 잼버리에서도 뭐 마찬가지로 엄청 더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전세계 10대 청춘 남녀가 함께 모여 즐기는 축제 같은 느낌이 물씬 나서 그냥 부러울 따름이네요.
혐한조장축제? 해외의 반응은?
실제로 이번 잼버리는 전 세계적인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국내에서만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을 넘어 각국 대사관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일부 국가의 대사관에서는 공식적인 외교문서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에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 아프리카 국가는 참가자들을 조기 퇴영시켰고, 참가자가 많은 미국과 영국도 8월 5일 기준으로 조기퇴영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번 잼버리를 두고, 전 세계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치른 '오징어게임'이라고 비난/조롱을 하고 있다고 하니, 참 씁쓸할 따름입니다.
미국과 영국, 잼버리의 가장 큰 두 축인 나라가 조기퇴영을 결정했고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도 대회의 조기종료를 권고한 상황에서 조직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 정치적 압박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겠죠. 이미 물은 엎질러질대로 엎질러졌고, 수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같습니다. 제발 큰 사고 없이 서둘러 대회가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대회가 끝난 뒤 한 동안은 또 지리한 책임공방이 뉴스를 장식할 듯 합니다.
할 말이 많지만 더하면 속만 상하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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