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LH에서 진행한 '무량판 구조'로 건축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설계 대비 철근이 누락된 소위 '순살 아파트'가 15군데나 발견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생소한 용어인 '무량판 구조'가 대체 무엇인지, 이게 왜 위험할 수 있는건지,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건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무량판 구조란?
무량판 구조는 건축 구조의 한 종류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없을 '무(無)', 대들보 '량(梁)' 즉 '보(beam)가 없이' 건물을 짓는 방식을 말합니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기준으로 건물은 우리가 생활하는 바닥이자 천장이 되는 슬라브(slab), 슬라브를 수직 방향으로 지지하는 기둥(column), 슬라브를 수평 방향으로 지지하는 보(beam)로 크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말그대로 '보'가 없는 건축 구조이니,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면 기둥으로만 슬라브를 지탱하는 형태로 지어진 건축물을 말한다고 보면 됩니다.
건축 구조의 종류와 장단점은? (벽식 구조 / 라멘식 구조 / 무량판 구조)
그렇다면 무량판 구조 외에 다른 건축 구조에는 뭐가 있을까요? 슬라브를 어떤 식으로 지탱하는지에 따라 건축구조는 크게 1. 벽식구조, 2. 라멘식 구조, 3. 무량판 구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벽식 구조는 흔히 '내력벽' 이라고 부르는 철근콘크리트(RC, Reinforced Concrete)벽이 기둥과 함께 상부 슬라브를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기둥'과 기둥 위에 얹어진 '보'가 함께 상부 슬라브를 지탱하는 구조이구요. 그리고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여러개의 기둥만으로 상부 슬라브를 지탱하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위 사진과 함께 보시면 쉽게 이해될 거에요.
벽식 구조가 예전부터 가장 흔한 아파트의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구축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려고 보면 '이 벽은 내력벽이라서 철거가 안 됩니다' 하는 경우가 많죠. 그건 그 아파트가 벽식 구조로 지어져서 그런 겁니다. 바꿔 말하면 벽식 구조는 철거 못하는 벽이 많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는데 있어 제약이 많습니다. 그리고 진동이나 소음이 내력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될 수 있어 층간 소음에 취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건축원가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같은 평수의 집이라면 기둥식/무량판 구조에 비해 조금 저렴하다고는 하네요.
기둥식(라멘식) 구조는 보가 함께 슬라브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기둥이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리모델링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가벽을 원하는대로 세워서 구조를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면 당연하게도 기둥도 세우고 보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 측면에서는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둥식 구조는 주로 고가 아파트를 지을 때 많이 사용하는 건축 공법이라고 합니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경동 제이드' 건물이 기둥식(라멘식) 구조로 지어졌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무량판 구조는 비교적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공법인데, 보가 필요 없으니 건축 비용/건축 공기 측면에서도 세이브가 가능하고 기둥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구조 변경이 가능해 기둥식 구조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리모델링의 자유도도 높은 편입니다. 반면 슬라브가 보의 역할도 일부 대신 해줘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구조에 비해 슬라브의 두께가 두꺼워져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보가 없다보니 '수평 하중'에 취약해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조라고도 합니다.
| 벽식구조 | 기둥식구조 | 무량판구조 | |
| 슬라브 지지 | 기둥+내력벽 | 기둥+보 | 기둥 |
| 장점 | 저렴한 건설 비용 | 공간 활용성 高 층간소음 적음 |
건축비용/공기 절감 공간 활용성 高 |
| 단점 | 층간 소음 공간 활용성 低 |
건축비용 비쌈 | 수평하중(지진 등) 취약 |
검단 신도시 아파트 붕괴는 무량판 구조 때문?
검단 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이후 사람들 사이에 삼풍백화점, 2022년 광주 화정 아아피크 붕괴 등 굵직한 붕괴사고가 있었던 건축물들이 모두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거라는 사실이 퍼지면서 무량판 구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무량판 구조로 건물을 지은 것이 붕괴 사고의 주 원인이 된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삼풍백화점, 화정 아이파크, 검단신도지 자이아파트 모두 부실공사(보강 철근 누락 등), 불법 증축과 구조변경, 하중초과, 콘크리트 양생 규정 위반 등 설계도나 건축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걸 실행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문제가 있어서' 이런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한국의 공사현장 현실에서 과연 이러한 문제가 계속 생기지 말란 보장이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번 붕괴가 발생한 아파트가 모두 '아이파크', '자이' 내노라하는 대한민국 최상위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을 잘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기업이 짓는 브랜드 아파트라 할지라도 실제 현장에서 공사는 하도급/재하도급/재재하도급으로 내려와 진행되고, 그냥 하루 일당 벌고가면 그만인 일용직 노동자들, 그마저도 최근에는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중국인/조선족/동남아 노동자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실입니다.
위와 같은 현실 속에서 모든 구조의 아파트에 건축 부실이 있을 수밖에 없겠으나, 무량판구조는 기둥에만 슬라브 지지를 의지해야 된다는 점, 건축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건설사들도 원가절감을 위한 비리(?)를 눈감아 준다는 합리적 의심, 그리고 이러한 악재들이 겹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대부분 무량판 구조라는 점 등 때문에 유독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서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무량판 구조 때문은 아니지만 무량판 구조 때문인 상황?!
내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을까? 내 아파트 구조 알아보는 방법 (내 아파트 구조 알아보기)
자꾸 이런 붕괴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자연스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괜찮은지 걱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내 아파트 구조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다른 블로그 글을 보면 부동산 통합 정보 열람 사이트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의 건축물 정보를 조회해서 나온 건축구조명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하던데, 제가 테스트해보니 이 방법은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 벽식구조는 건축구조가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근콘크리트 벽식 구조', '평슬래브', '내력벽식' 등으로 표기
* 기둥식/무량판 구조는 건축구조가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로 표기
되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우선 벽식구조인지 기둥식/무량판 구조인지를 구분하면 된다' 는 게 다른 블로그들의 요지인데요.
하지만 대표적인 기둥식 아파트인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들, '경동제이드', '두산 위브 제니스' 등을 조회해봐도 모두 '철근콘크리트구조'라고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경동제이드 아파트가 벽식인지 기둥식/무량판구조인지 조차도 구분할 수가 없는거죠. 퍼다 나르기 식 블로그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나마 가장 정확한 방법은 아파트 평면도로 구분하는 방법!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 평면도를 평형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설계도 수준의 평면도는 아니지만, 네이버 평면도를 통해 건축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구분은 가능하다고 하니 이 방법을 쓰는 게 그나마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합니다.
1. 벽식 구조 아파트의 평면도
벽식구조의 평면도는 집 경계면 쪽에 있는 기둥을 제외하고는 집 가운데에는 기둥이 없고 벽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보여드릴 기둥식/무량판 구조의 평면도와 비교하면 더 차이가 확실하게 보이실 겁니다.
2. 기둥식 구조 아파트의 평면도
해운대 아이파크 아파트의 평면도입니다. 벽식 구조와는 달리 집 가운데에도 'X'자 표시가 된 네모가 보이실 겁니다. 저게 슬라브를 지지하는 기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평면도
위 평면도는 고덕 자이 아파트의 평면도입니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평면도에도 집 가운데 네모난 기둥을 표시하는 건축기호(?) 같은게 있습니다. 다만 기둥식과는 달리 X자 표시가 된게 아니라 그냥 회색이 칠해진 네모로 표시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각 구조별로 대표적인 아파트의 평면도를 한 번 가져와봤는데요. 이 방법 또한 사실 100%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확인하는 게 아닐까 하네요(?!)ㅎㅎㅎ
아무튼 오늘은 잇따른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불안함이 커진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건축 설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꿈의 구조'라고 불릴 만큼 혁신적인 건축 구조라고 하는데, 한국의 씁쓸한 공사 현장 현실로 인해 그게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하루빨리 건설현장 감리 및 건축 규정에 대한 정비가 이뤄져 걱정없이 내 집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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