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의 40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2013년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지가 독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지성’ 1위에 오른 바 있는 도킨스는 일찍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로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진화의 역사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 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초판 1976년, 개정판 1989년, 30주년 기념판 2006년, 40주년 기념판 2016년)다.
이 책 각각의 챕터들을 읽는 동안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지만, 이기적 유전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챕터별로 많은 동물들의 행동 패턴을 예로 들고 있었고,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 등 많은 연구 이론을 다루고 있었다. 정말 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결론은 가히 충격적이고 허무하기까지 했다. 이 책의 추천사에 '하루 아침에 인생관을 바꾼 책'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정도로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의 큰 틀은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넣은 로봇 기계"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위한 생존 로봇인 모든 생명체가 하는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이타적으로 보일지라도 그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를 보호하고 생존시키기 위한 이기적인 유전자의 큰 프레임에 의한 행동일 뿐이었다.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었던 것인지, 우리가 흔히 쓰는 '이기적인' 의미로 생각하면서 개체의 행위가 이기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는 제목처럼 개체들의 행위는 마냥 이기적이지 않았다. 나중에 읽은 서문에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에도 나오지만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이기적인'이 아니라 '유전자'였던 것이다. 이기적인 것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였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유전자이며, 인간은 그들이 필요로 만들어 낸 여러 가지 방식의 생존 기계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자연 선택설 단위를 종, 개체 혹은 집단에서 개체 내 유전자 단위로 정리하였다. 저자의 주장에 따른 자연선택이란, 유전자 차원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안정한 것, 생존에 매우 유리한 특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선택하여 후손에 사본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며, 유전자의 생존과 번영에 불안정한 것은 배제하여 사멸되게 하는 과정이다. 유전자의 목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속한 유전자풀 내에서 그 수를 최대로 늘리는 것이며, 영원히 사본을 퍼뜨려 불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자신의 사본의 번식과 생존에 가능한 한 최대한 유리한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화 해놓았다. 그러면 인간도 로봇기계일 뿐일까? 인간은 다르지 않을까? 허무주의에 빠질 것만 같은 때에 11장에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되는 인간의 특이성이 언급된다.
문화적 전달은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문화적 진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이다. 언어, 의복 음식, 예술과 건축 등 이러한 것들은 마치 속도가 매우 빠른 유전적 진화와 같은 양식으로 진화하지만 유전적 진화와 관계가 없다. 현대인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만이 진화의 기초라는 입장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화라는 자기복제자를 설명하기 위해,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밈'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유전자의 운반자 혹은 생존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뇌와 의식이 발달하여 유전자의 지시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유전자 운반 로봇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함으로써 극단적 허무주의로 가는 것을 막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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