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OFF/간단 책 리뷰

양귀자 - 모순 간단 리뷰/서평/독후감

mmwme 2023. 11. 21. 14:08
728x90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2687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하는 '첫 독자'의 후기.

처음에 단순히 <모순>을 고른 이유는 1998년에 나온 책이 왜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있는 거지?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양귀자 하면 고등학생때 문학 시간에 배운 <원미동 사람들>이 아는 게 전부였다. 예전에 나온 소설이 큰 울림을 주거나 뭔가가 있으니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보통 소설을 읽을 땐 어느 것 하나 추측하지 않으려고 줄거리조차 읽지 않고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펼친 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작가의 바람이었다. 양귀자는 소설 끝 작가의 노트에서 미리 유포되는 전문독자들의 독후감은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조장하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고 한다. 소설에 관해 유포된 어떤 독후감에도 침범당하지 않은 순수한 첫 독자의 첫 독후감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던 작가의 바람을 담아 이 독후감 또한 어떤 후기도 찾아보지 않고 나의 생생한 후기를 담았다.

<모순>은 주인공인 안진진이 풀어내는 안진진의 이야기와 안진진의 일란성 쌍둥이 엄마와 이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진진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술을 좋아하고 가정폭력을 일삼고 툭하면 집을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시장에서 양말과 속옷을 팔며 가장이 되어 가정을 꾸려나가야 했던 어머니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넘봤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기 직전까지 패서 감옥에 들어간 남동생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함이라곤 없는 가족이다. 그러나 엄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다르다. 이모는 부유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자를 만나 똑같이 아들딸을 낳아 고민 걱정 없어 보이는 삶을 산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같았던 이 자매의 삶이 결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모와 엄마는 생김새는 물론 성격도 똑 닮았었다. 그렇게나 똑같아서 부모도 다 자랄 때까지 구별하기 어려웠다는 두 사람은 이제 따로 설명이 있지 않는 한 쌍둥이인 줄 알기가 어렵다.

안진진은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삶을 비교해나가면서 안진진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중인 두 남자인 나영규와 김장우 사이에서 고민한다. 엄마와 자식들을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한곳에 묶여있기 어려웠던 자유로운 영혼인 아버지, 그리고 여행을 가도 본인, 이모, 부부 사진 세 장이면 오케이 되는 재미없지만 가정에 충실한 이모부. 남편을 다르게 선택함으로써 똑같았던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삶을 보며 자기의 미래를 어느 정도 상상하고 예감이 되는 안진진이었다. 김장우는 야생화를 찍으러 철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안진진과의 데이트가 성사되지 않으면 바로 지방으로 갑작스레 떠나버리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리고 나영규는 안진진과의 키스조차 계획을 하고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계획맨이다. 김장우와의 결혼은 엄마와 같은 삶을, 나영규와의 결혼은 이모와 같은 삶을 살리라는 것을 은연중에 안진진은 생각한다.

그러나 반전은 이모의 죽음이었다. 나무랄 것도 모자랄 것도 없던 이모의 삶은 알고 보니 숨 막히고 심심한 아무런 재미가 없는 삶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도 안진진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를 택했다. 사실 여기서 살짝 놀랐다. 당연히 김장우를 선택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진진이 그랬을 것 같았다 였고, 사실 나라면 그 둘 중 어느 하나 고르지 않았을 것임.)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소설 앞부분과 뒷부분에서의 안진진의 생각의 변화이다.
소설 모순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모순적인 상황을 겪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모순적인 행동을 하던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상향은 이상향대로 놔두면서 삶은 생각과 달리 그렇게 살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삶을 통해 하나의 선택이 어떻게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보면서도 우리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좋은 선택만을 하진 않는다. 사람이란 모순적이기 때문에. 이게 정답이 아닌 걸 알면서도 택하는 길이 있고, 혹여나 정답이 아니더라도 '맞고 틀리다'의 문제를 떠나 꼭 그것이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로 나뉘는 것은 아니란 걸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나는 천성이 긍정적인 사람이라 불행한 상황이나 어이없는 일을 겪어도 '왜 이런 일은 나에게만 벌어지지? 난 정말 불행한 사람이야'가 아닌 '왜 이런 일은 나에게만 벌어지지? 난 누구보다 스펙타클하고 재밌는 삶을 살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다 그런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모든 건 양면의 날이라 생각하기 나름이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했다고 해서 이모와 같은 결말이 나올 거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또한 결국 자기가 겪어본 것이 더 크게 다가오기에 김장우를 선택한 미래는 이미 안진진도 겪은 자기의 현재였던 것이기에 안진진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이모의 결말을 봤지만 그래도 이모는 안진진이 아니고 나는 달리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만 같다.

 


삶은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다짐을 하더라도 늘 그렇게 흘러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삶이니 어떤 선택의 순간순간 마다의 나를 마주하며 나를 잘 돌보며 나의 삶이 그냥 아무렇게나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남이나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항상 지금처럼 좋은 점만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내고 싶다. 모든 일에는 이면이 존재하는 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 쌍생아들이기에..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이만 소설 <모순>의 후기를 마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