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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 화차 간단 서평/리뷰/감상평

mmwme 2023. 8. 3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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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공인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걸작. 기존 번역본에서 빠지거나 축약되었던 부분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되살려낸 결과 원고지 500매 정도의 분량이 추가된 완역본으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인간적이고 세심한 필치, 치밀한 구성력을 한층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살았고 동시에 살인용의자일 수도 있는 여자에게 비판, 비난이나 혐오보다는 연민을 더 많이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여자가 살인을 자백한 것도, 피해자의 흩어진 시신을 전부 찾은 것도, 살인의 목격자를 찾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여자가 살인을 하고, 피해자의 삶을 빼앗았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을 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혼마가 용의자를 붙잡고 난 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는 말로 이 소설을 끝맺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 왜 죽였냐?'가 아니라 '왜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싶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아가야 했으며, 여자를 벼랑 끝으로 민 것은 안전장치 없는 사회 시스템 탓이 크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처조카 가즈야의 부탁으로 가즈야의 사라진 약혼자 쇼코를 찾으러 다니게 되는 혼마는 단순 실종이나 가출이 아닌 복잡한 사연들을 마주하게 되고, 사실은 교코라는 여자가 쇼코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쇼코인척 살아가던 교코는 약혼자의 권유로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쇼코가 개인파산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인이 설명할 수 없는 진짜 쇼코의 비밀을 알게 되어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가짜 쇼코를 추적하면서 진짜 쇼코의 삶도 알아가게 되는데, 가짜 쇼코인 교코 역시 부모님의 대출 빚으로 인해 계속 쫓기는 삶을 살았고, 결혼을 했지만 그 역시도 빚쟁이들로 인해 이혼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힘든 삶을 살다가 쇼코라는 인물로 살아가기로 한다. 쇼코를 추적하던 혼마도 얘기했지만, 쇼코가 개인파산을 했다는 사실만 얘기했어도 지금까지 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https://namu.wiki/w/%ED%99%94%EC%B0%A8%28%EC%98%81%ED%99%94%29

 

저자는 개인파산자 쇼코와 부모의 채무로 힘겨워하는 교코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의 거품경제와 자신도 모르게 빚더미에 앉게 되는 무서운 대출, 소비자신용의 산업구조의 폐해를 보여준다. '꿈을 이룰 수는 없다. 그렇지만 포기하긴 억울하다. 그러니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라도 느껴보자. 그런 기분에 젖어보자.' 그런 상황에서 분별없이 쉽게 돈을 빌려주는 신용카드나 신용대출이 나타난 것이라고 표현했다. 요즘처럼 결혼,출산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환상은 더욱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더 익숙할 정도로 보편화된 현실에서 자칫 잘못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떠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카드 하나면 내가 1년 동안 벌 돈을 한번에 써버릴 수도 있다. 한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든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설 속 비극을 피하려면 이런 경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런 사회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번 금액 안에서만 소비하고, 할부는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편리함만 좇아 높은 이자의 현금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없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행복은 주변 사람이나 tv, 드라마 등에 나오는 인물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 순간적인 것이 아니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한 작지만 큰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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