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2023 윔블던
올해 세 번째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윔블던의 개막이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 (7월 3일부터 16일, 롤랑가로스 끝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윔블던이라니) 이번 포스팅에서는 알고 보면 더 재밌을 윔블던 속 숨겨진 이야기 몇 가지만 얘기하려 합니다.
하나, 윔블던 최다 우승자가 바뀔까?
누구나 예상하듯, 윔블던 대회를 가장 많이 우승한 남자 단식 선수는 새하얀 경기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입니다. (총 8회) 그 뒤를 현역 선수 중에는 조코비치가 7회로 바짝 쫓고 있구요.
라이브로 봤던 2019년 윔블던 페더러와 조코비치의 결승전. 5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초 접전, 페더러가 제 기억으로는 두 번 정도 매치포인트 기회를 잡았지만 끝끝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타이브레이크 스코어 13대12로 조코비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이때 만약 페더러가 우승을 했더라면 둘의 윔블던 우승횟수 차이가 9회 vs 6회로 확 벌어졌을테니, 참 세상사 모를 일입니다ㅎㅎㅎ
재밌는건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윔블던 결승에서 총 3번 만났는데 조코비치가 3번 다 이겼다는 점입니다. 페더러가 윔블던 결승에 올라간 게 총 12번, 그 중에 우승을 못한게 4번인데 그 중 3번이 조코비치 때문인거죠.
아무튼! 이번 윔블던에서 만약 조코비치가 우승을 하게 된다면 공동이긴 하지만 페더러와 함께 윔블던 최다 우승자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2020년 대회가 안 열려서 좀 애매한 기록이긴 하지만 조코비치가 우승을 하게 되면 2018~2019 / 2021~2023 대회 5연패를 하게 되어 최다 연속 우승기록도 페더러의 5회와 동률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2019년 페더러의 준우승은 정말 아쉽긴 하네요.
둘, 알카라스의 복수는 이뤄질까?
이번 윔블던에서도 우승후보 1순위는 조코비치와 알카라스인 듯 합니다. 롤랑가로스 4강에서 미친 명승부를 2세트 중반까지 보여주다 알카라스의 근육 경련으로 싱겁게 경기가 끝나버렸는데요. 다행히 알카라스가 빠르게 회복하여 얼마전 잔디코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알카라스의 복수가 성공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GOAT 후보의 비상을 보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아직은 건재한 원조 GOAT의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데요! 나란히 1,2번 시드를 받은 두 선수이기에 아마 두 선수가 만나려면 결승전밖에 없을 듯 합니다. 2023 윔블던에서 조코비치 vs 알카라스의 결승전 리벤지 매치가 성사될 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얼굴이 결승전에 모습을 보일지도 흥미거리가 될 듯 하네요.
셋, 개빡센(?) 윔블던의 규정들
윔블던은 가장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각종 빡센 규정들로 유명합니다.
가장 유명한 규정은 역시 선수들의 경기복에 대한 것입니다. 선수들은 경기복 상/하의는 당연하고 양말, 빤스, 브래지어, 속바지까지도 하얀색으로 맞춰 입어야 합니다. 하야스무리(?)한 하얀색도 안되고 '찐' 하얀색만 된다고 하니, 참 까다롭긴 합니다. 심지어 운동화 밑창도 하얀색이어야 됩니다.
2013 윔블던 대회에서 페더러가 신은 테니스화 밑창이 주황색이라 주최측에서 신발 교체를 지시했던 일화가 꽤 유명하죠. 이 대회에서 페더러는 무려 2라운드에서 세르게이 스타코브스키라는 사실상 무명 선수에게 패배해 탈락을 했는데요. 운동화 밑창 사건(?!)이 분명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2013 윔블던에서는 앤디 머레이가 우승을 했는데 이게 윔블던 역사상 영국인 선수 최초로 우승한 거니, 참 재밌습니다.
VIP 좌석인 '로얄 박스' 에 입장하기 위한 기준도 몹시 까다롭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정장을 차려입고 관람을 해야 하는데, F-1 챔피언으로 유명한 루이스 해밀턴이 자켓과 타이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로얄박스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쿨한척해보지만 슬퍼보이는 해밀턴씨.
영국에서 열리는 권위있고 유서깊은 대회인 만큼,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에게는 경기 시작 전/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것도 이색적인 장면입니다. 올해 윔블던에는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턴 찰스 '왕'과 윌리엄 '왕세자'에게 예를 표해야 되겠네요.
이처럼 윔블던은 유난이다 싶을 정도로 4대 메이저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규정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유난떤다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저런 유난이 지금의 윔블던의 위상과 권위를 만든 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넷, 윔블던 우승 상금은??
2022년 대회를 기준으로 4대 메이저 대회의 상금을 비교해봤습니다. (단위는 US달러, 환율은 달러당 1,316원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1. 우승상금
[호주오픈] 298만 호주달러 / USD 기준 197만 달러 / 한화 약 27억원
[롤랑가로스] 230만 유로 / USD 기준 250만 달러 / 한화 약 33억원
[윔블던] 200만 파운드 / USD 기준 252만 달러 / 한화 약 33억원
[US오픈] USD 기준 260만 달러 / 한화 약 34억원
호주오픈의 경우는 2020년까지는 우승상금이 410만 호주달러, USD 기준 270만달러 정도로 상금 규모가 상당히 컸었는데 코로나 이후 총 상금 규모가 줄기도 했고 하위 랭커에 대한 상금 배분율을 조금 더 높였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동일한 연도 기준, 우승 상금은 US오픈이 가장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에 열리니 눈치게임하다가 조금 더 상금을 주는 듯 하네요.
올해 윔블던의 우승상금은 남녀 동일 235만 파운드로 작년보다 17.5% 상승한 한화 약 39억원입니다.
2. 1라운드에서 떨어져도?
본선 1라운드에서 떨어지더라도 대회별로 적게는 4만, 많게는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습니다. 한화로 5천만원~1억원 정도 되는 상금이죠. 올해 윔블던을 기준으로 하면 1라운드 탈락을 해도 5만5천파운드, 한화 9천만원 정도를 상금으로 받게 되네요.
근데 저 상금을 가지고 체류비/항공비/코치월급 기타 등등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스폰서쉽이 생기면 좀 여유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면 상금규모만 갖고 우와! 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섯, 7년만에 여자 단식 연속 우승자가 나올까?
남자 단식은 근 20년 가까이 페나조가 다 해먹은 건 잘 아실겁니다. 특히 그랜드슬램은 더욱 심해서 2006년 이후 기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4대 메이저 총 69번의 대회 중 페나조의 우승횟수는 무려 58번으로 84%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11번은 바브린카/머레이가 3번씩, 델포트로/팀/칠리치/메드베데프/알카라스 1번씩)
그나마 이건 US오픈 17번 중 7번을 페나조 외의 선수가 우승을 해서 그렇고, 호주오픈(조코비치꺼), 롤랑가로스(나달꺼), 윔블던(페더러꺼) 만으로 한정하면 총 52번의 대회 중 페나조의 우승횟수는 48번으로 92%를 차지합니다. (징글징글)
이처럼 남자 단식은 페나조가 다 해먹는 판이었던 것과 달리, 여자 테니스는 근 5~6년 정도는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레나 이후 애슐리 바티, 바티 이후에 시비옹텍이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이 보였으나, 바티는 갑자기 은퇴를 해버렸고 시비옹텍 역시 아직은 커리어가 짧아 절대 강자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특히 윔블던을 보면 더욱 그러한데, 2017년 이후 매년 우승자가 바뀌고 있습니다. (작년 우승자는 리바키나)
이번 윔블던의 경우 시비옹텍이 우승후보 1순위입니다만, 서브 좋은 선수가 유리한 잔디코트의 특성상 우리 어깨깡패 리바키나 누님이 과연 윔블던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재밌는 관심사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여섯, 그래서 중계는 어디서?
지난 롤랑가로스는 tvN 스포츠에서 중계를 해줘 재밌게 시청을 했는데요. 윔블던은 조금 아쉬운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윔블던은 스포티비에서 중계를 해준다고 하는데요. SPOTV 1이나 2에서 해주면 집에서 편하게 티비로 볼수가 있을텐데, 아쉽게도 이번 중계처는 SPOTV NOW와 SPOTV ON 입니다. 네이버멤버십으로 스포티비 나우를 볼 수 있긴한데, 테니스 중계까지 오픈이 되는지는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오늘은 알고 보면 더 재밌을 윔블던의 이야기거리를 몇 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모든 테니스인들이 환호하며 즐길 수 있는 꿀잼 대회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