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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코비치, 알카라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야닉 시너

mmwme 2023. 8. 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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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상했던대로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듯 합니다. 본인이 특히나 강했던 클레이코트인 롤랑가로스 4강에서 조코비치에게 무너지면서(물론 근육 경련이란 변수가 있긴 했지만) '아 그래도 아직은 조코비치의 시대인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페더러 은퇴 이후 잔디코트 최강자인 조코비치를 결국 윔블던 결승에서 잡아내면서 '이제 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했습니다.

 

https://edition.cnn.com/2023/07/15/sport/wimbledon-mens-final-novak-djokovic-carlos-alcaraz-spt-intl/index.html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스포츠는 한 명의 절대자가 있을 때도 인기가 있지만(NBA의 마이클 조던처럼), 치열한 라이벌리가 형성될 때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입니다(NBA를 예로 들면, 르브론과 커리의 라이벌리).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절대적으로 강한 1인자가 생겨버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샤킬오닐이 전성기에 올라 NBA판을 씹어먹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우승은 레이커스'라고 생각하면서 NBA의 인기가 푹 떨어졌을 때도 있었던 것 처럼요.

 

그래서 테니스를 즐겨 보고 즐겨 하는 입장에서 알카라스의 강력한 라이벌이 꼭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현 시점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 '알카라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바로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야닉 시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https://www.cbc.ca/sports/tennis/miami-open-tennis-roundup-march-31-1.6798291

 

야닉 시너의 커리어

 

2001년생의 야닉 시너는 8~12세 때 이탈리아에서 알아주는 주니어 스키선수였습니다. 대부분의 탑랭커들이 5세 전후로 테니스를 시작하는 것에 비해 시너는 스키 선수 생활을 하느라 본격적인 테니스 입문은 13세로 굉장히 늦은 편이었죠.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을 때 시너는 기본기 연습을 하느라 많은 대회에 나가지도 못하고 거의 바로 프로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https://www.eurosport.com/tennis/italian-wildcard-sinner-wins-next-gen-final_sto7532203/story.shtml

 

하지만 타고난 신체조건과 재능으로 프로에 입문한지 1년만인 2019년 초 17세의 나이로 챌린저/퓨처스 대회 3개를 연달아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그 해 ATP 넥스트젠 파이널(21세 이하 유망주 8명이 초청되어 치르는 대회로 정현 선수가 2017년 우승한 대회이기도 합니다)에서 알렉스 드 미노를 꺾고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전세계 테니스인들에게 알리게 됩니다.

 

 

ATP 투어 단식 타이틀 7회, 승률 70%, ATP 단식 랭킹 9위

 

이제 겨우 21살의 나이임을 감안한다면 시너의 성적표는 충분히 훌륭합니다. 2020년 ATP 250 대회인 소피아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게 시너의 ATP 투어 첫 우승인데, 이는 니시코리 케이 이후 최연소 우승 기록이라고 합니다. 다음해인 2021년에는 작년 우승을 차지한 소피아 오픈을 다시 한번 제패하고, 권순우 선수가 우승을 한 대회이기도 한 아들레이드 오픈을 비롯해 4개의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폼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로는 체력이나 부상 문제 등으로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거나 할 때가 많아 22년 1회, 23년 1회 총 2회의 우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큰 대회에서는 아직?

 

시너 커리어의 약점이라면 투어 단식 타이틀 7회가 모두 ATP 투어 기준으로는 작은 대회에서 거둔 우승이라는 점입니다. 7번 중 6번은 ATP 250 대회이고, 나머지 1번의 우승도 ATP 500 대회 우승이기 때문이죠. 아직 마스터스급인 ATP 1000 이상의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일단 결승에 진출하면 우승을 많이 차지한 편이긴 합니다. 총 10번의 투어 결승에 진출해서 7번을 우승했으니, 승률로 따지면 70%로 결정적인 마지막 승부처에서 나름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너입니다. 근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3번이 모두 ATP 500, 1000 대회인 점은 또 아이러니 같기도 하네요 ^^;

 

 

하드코트 스페셜리스트?

 

하드코트에서 유독 강하다는 점도 시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7번의 우승 중 6번이 하드코트에서 열린 대회였고, 코트 유형별 승률을 봐도 하드코트 승률이 다른 코트에 비해 훨씬 높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잔디코트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시너의 단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드코트 잔디코트 클레이코트
108승 42패(72%) 12승 8패(60%) 43승 20패(68%)

 

 

야닉 시너의 플레이스타일

 

야닉 시너의 플레이스타일은 'Solid' 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강력한 스트로크를 주무기로 하는 베이스라이너입니다. 포핸드 백핸드 할 것 없이 긴 리치를 바탕으로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탑스핀 스트로크가 탑랭커를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특히, 야닉 시너가 제2의 조코비치라고 불리는 것은 스트로크를 할 때 상체의 밸런스가 거의 완벽하게 유지된채로 팔로우스루를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부분의 스트로크가 낮고 빠르게 넘어가는데도 서비스라인 넘어 깊숙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받아치는 상대 입장에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페더러도 시너의 스트로크를 두고 '경기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며, 포핸드와 백핸드의 스트로크 속도가 거의 같은 것이 놀랍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알카라스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포핸드 스피드에서만 조금 뒤질 뿐, 오히려 시너의 스트로크 안정성은 더 높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술 콤비네이션이 부족한 것은 단점

 

190센티가 넘는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서브가 강점까지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시너의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발리나 드롭샷 등 스트로크를 제외한 다른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편이 아니란 평가가 많죠. 드롭샷에 있어서만큼은 거의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알카라스와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브나 발리가 큰 힘을 발휘하는 잔디코트에서 시너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22년도 윔블던에서 8강, 23년도 윔블던에서는 4강까지 오르면서 조금씩 잔디코트에서의 모습도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로크가 탑랭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력하고 안정적이지만, 그 외에 뚜렷한 장점이 없다보니 경기 패턴이 조금 단순한 편이고, 스트로크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져가기 어려운 탑 랭커와의 대전에서는 승률이 처참한 편입니다. ATP 공식 사이트의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커리어 통산 TOP10 랭커와의 대전 승률이 13승 26패로 33%에 불과합니다. 커리어 통산 승률이 69%나 되는 선수임을 감안하면 자칫 '양민학살형' 선수라는 오명을 쓰기 딱 좋을 정도의 승률인 거죠. 알카라스의 TOP 10 랭커 상대 승률이 67%, 비슷한 세대 TOP3로 평가받는 홀거 루네의 승률이 52% 인 것과 비교해봐도 시너의 TOP 10 랭커 상대 승률은 굉장히 낮습니다.

 

 

유리몸(?)도 걱정되는 단점 중 하나

 

보이는 비주얼 만큼이나(?) 시너는 허약한 편입니다. 22년도에만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을 4차례나 했고, 세트가 길어지는 경기나 대회 막바지에 가서는 체력 저하로 인해 장점인 스트로크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언포스드 에러를 범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너무 마른 체형이라 지방량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긴 한데, 억지로 몸무게를 늘리다 스피드나 바디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리몸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알카라스와의 라이벌리

 

 

https://www.atptour.com/en/news/alcaraz-sinner-rivalry-miami-2023

 

위에서 시너의 탑 10 랭커 상대 승률이 처참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시너는 알카라스만 만나면 불꽃튀는 명승부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알카라스와 총 6번의 대결을 했는데, 3승 3패로 호각세를 보이고 있죠. 알카라스의 탑 10 랭커 상대 승률을 쭉 보면 시너가 알카라스를 상대로 얼마나 좋은 경기를 펼치는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알카라스의 탑 10 랭커 상대 승률 ]

 

조코비치 메드베데프 치치파스 루드 루네
2승 1패 2승 1패 5승 0패 3승 0패 2승 1패
루블레프 시너 프리츠 티아포 카차노프
상대전적 없음 3승 3패 1승 0패 1승 1패 3승 0패

 

 

 

 

마이애미 오픈에서 나온 위 포인트는 많은 테니스 유튜브에서 'Point of the Year' 라고 부를 만큼 굉장한 포인트였습니다. 시너가 알카라스를 상대로 얼마나 불타오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경기 중에 포효도 자주하고 열정적인 알카라스와 달리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시너도 이 포인트를 기록하고는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현지에서도 '불과 얼음'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기도 합니다.

 

 

야닉 시너의 미래는?

 

제가 뭐라고 시너의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다 감히 예상을 하겠습니까. 다만, 시너의 나이가 워낙 어리고 경기의 기본이 되는 스트로크 기본기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약점으로 지적받는 서브와 발리 등에 있어서 얼마든지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가 시너를 알카라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https://twitter.com/StarWingSM/status/1516836238019411972?lang=ms

 

그리고 국적빨(?)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구찌의 후원을 받을 만큼 잠재적인 스타성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조각미남형은 아니지만 느낌있게 요즘 스타일로 생겼거든요 제가 봤을 땐. 뭔가 만화에 나오는 길쭉길쭉한 주인공 느낌?

 

아무튼 23년 현재 시점으로 봤을 땐 분명 차세대 황제이자 테니스 GOAT 자리까지 넘볼 지도 모른다는 평을 받는 알카라스에 비해 조금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시너의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무럭무럭(?) 본인의 부족한 점을 발전시키면서 알카라스와 뜨거운 라이벌리를 형성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광고도 클릭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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